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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부모까지 찾아가 욕설·협박해도... 채무자대리인, 너무 멀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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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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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추심 대응 위한 채무자대리인 제도
'무료'지만 공단 변호사 선임까지 하세월
"변호사 외 대리인 자격 확대해야" 제언도

불법사금융업체 직원과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A씨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불법사금융업체 직원과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A씨 제공

불법사금융업체 직원: "A한테는 진짜 꼭 자살하라고 해. 너 같은 XX 둬서 에휴. 남편도 알고 있어?"

A씨 어머니: "(눈물)없어요."

직원: "뒤졌어?"

어머니: "(눈물)네"

직원: "그런 것 같아. A가 하는 게 아빠 없는 것 같아. 내가 얼마나 기다려줘야 돼 XX야?"

어머니: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직원: "무슨 이번 주 금요일이야 XXX아. 오늘까지야. 여보세요? 왜 대답을 안 하냐 짜증 나게. 귀쳐먹었니? 시간 어기면 A 차용증 사진 여기저기 다 뿌릴 거야. 한번 해보자는 거지?"

어머니: "(눈물)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돈이 없습니다."

직원: "3시 반까지 시간 준다. 250만 원 보내"

갓 스무 살이나 됐을까. 앳된 목소리의 상대방이 쉴 새 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뇌경색으로 병치레를 하던 어머니는 전화를 받고 또 쓰러졌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2025년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수도권의 한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30대 A씨는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불법사금융에 발을 들였다. 직업이 프리랜서인 데다 이미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아 제도권에선 더 이상 돈을 빌릴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대출OO'에 연락했고, A씨는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졌다.


시작은 50만 원이었는데... '차용증 사진'으로 협박도

불법사금융 업체 직원은 신용이 없으니 50만 원만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이자를 포함해 90만 원을 갚으라고 했다. 차용증을 들고 있는 사진과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담보라고 했다. 직원은 A씨에게 "돈이 더 필요하면 다른 업체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했고, 그렇게 20만 원, 30만 원씩 10개 업체에서 총 300만 원을 빌렸다.

업체 직원들은 연체가 될 때마다 하루 단위로 이자 외에 변제일 연장금까지 받았다. 갚아도, 갚아도 빚은 1,000만 원 아래로 줄어들지 않았다. 그들은 "차용증 사진을 학원 대표와 학부모에게 보내겠다"며 협박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을 이용하려 했지만 신청 후 변호사 선임까지 3주가 걸린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 결국 매일 계속되는 추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무법인을 끼고 채무대리를 해주는 업체에 연락했다. 그런데 대출 건수당 33만 원을 받는다며 10건의 대출이 있으니 330만 원을 달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빌린 원금보다 큰 돈을 솔루션에 지출했다.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에 신고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당장 불법추심을 막을 길이 없다"며 "인생이 한순간에 망가졌다"고 토로했다.

채무자대리인 지원 93%가 '불법추심'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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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동준 기자그래픽=신동준 기자

금융당국이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해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추심업체들로부터 피해를 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당국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채무자대리인 제도에 허점이 적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3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료 법률구조 서비스인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통해 지원된 채무 건수는 3,096건으로 이 중 93%인 2,868건이 '불법 채권추심' 관련이었다. 2022, 23년에는 불법추심 관련 지원이 전체 지원 건수의 99%였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불법추심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통상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대리인을 선임하기 쉽지 않은데, 가족이나 주변에까지 빚 독촉이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무료로 그 부담을 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성착취 등 악질적인 불법추심이 늘어나면서 당국은 채무자대리인 지원 대상을 가족과 지인까지 확대하고, 불법사금융업자 전화번호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아이디만 알아도 신청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대부업체 등록 기준 상향 △단속·처벌 강화 등과 함께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주요 대책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해당 제도에 손사래를 친다. 인력이 부족한 탓에 신고 접수부터 대리인 선임까지 하세월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가 피해 상황 등을 확인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요청, 변호사를 선임하기까지 2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채무자대리인 지원 건수의 23%(721건)가 '미등록 대부업자'라 계약내용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B(25)씨는 "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대기가 길어 상담원과 연결되는 데 3시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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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외에도 대리인 자격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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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대리인을 통해 얼마나 피해자의 채무가 종결됐는지, 경찰에 수사의뢰가 몇 건이나 됐는지도 정확히 관리되지 않고 있다. 하루 단위로 이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무료인 채무자대리인 대신 유료인 불법 솔루션 업체를 찾았다가 2차 피해를 입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원 확충과 함께 대리인 선임까지 걸리는 절차를 단축하도록 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무자대리인이 소송대리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전체 지원 건수의 5%(162건) 수준인 만큼 대리인 자격을 확대하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이 의원은 "채무자대리인이 활성화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현장에선 제도의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 초기부터 변호사 외에도 대리인 자격에 비영리 활동가들을 포함하자는 의견이 다수 있었던 만큼 대리인 자격범위를 더 확대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우영 법무법인 세담 변호사는 "넓게 보면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사후적, 소극적 처방"이라며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함께 중·고교생부터 금융교육을 확대하는 등 사전적 조치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담당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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